일요일부터 아팠다. 뭘 잘못 먹은건지 장염이랜다. 이틀 동안 아무것도 못하고 못 먹은 채 시체처럼 뒹굴었다.
할 일이 제법 있어서 일정대로 해치우려고 토요일도 학교 나가면서 순조롭게 잘 진행하고 있었건만.. 갑자기 일요일 아침부터 몸이 맛이 가는 바람에, 윽 다 엉망이 돼버렸다. 이게 뭐람.. :( 어제 병원가서 링겔까지 맞고, 죽 먹고 약 먹고 하니까 지금은 그나마 좀 살만해져서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.
이렇게 가끔씩 한 번 앓고 나거나 또는 술에 잔뜩 취했다 깨어났을 때 불연듯 머리를 스치는 생각이 있다. 과연 내가 아프기 전에도, 취하기 전에도 지금이랑 똑같은 정신/몸 상태였을까 하는 생각. 어쩌면 난 오늘을 계기로 더 몽롱해졌고 더 멍해져버린게 아닐까 하는 두려움 같은게 밀려오곤 한다.
어차피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나를 덮어씌운 존재니 오늘의 내 상태가 더 나빠졌는지 더 좋아졌는지는 알 길이 없다. 마치 revision control이 되지 않는 소스 코드를, 버그를 잡거나 성능을 최적화 한다고 마구 뜯어고치다보면, 이게 정말 고쳐진건지, 정말 좋아진 건지 알 길이 없는 것처럼, 사람도 그냥 이렇게 하루 하루가 덮어 씌워지면서 늙는걸까..

요안나